거울을 보다가 문득 멈칫할 때가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볕이 내리쬐는 각도가 달라져서인지, 정수리가 예전보다 비어 보이고 모발이 힘이 없어 보입니다. 따가운 햇볕을 가리려 모자를 집어 들다가도, 땀에 눌려 한층 더 빈약해질 정수리 걱정에 슬그머니 손을 내려놓게 되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흐름 속에서 모발이 가늘어지고 힘을 잃어가는 현상은 꼭 동반되어야 히는 것일까요.
오래전 어느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봤던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무대 뒤 그녀들은 머리를 묶기 전, 고개를 다리 아래로 완전히 떨군 채 목덜미에서부터 정수리 방향으로 머리카락을 거꾸로 빗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저렇게 몸을 숙여 빗어야 잔머리 하나 없이 단정하고 단단하게 올림머리가 되는 구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그 기이하고도 우아한 빗질이 훗날 제 머리카락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은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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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다른 모발 상태, 평소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빗질만 잘해도 모발에 생기를 줄 수 있다. |
거꾸로 빗는 빗질이 가져다준 작은 변화
세월이 흘러 어느덧 중년이라는 길목에 들어서고, ‘젊음’과 ‘노화’라는 단어가 남의 얘기 같지 않게 들리기 시작할 무렵, 우연히 접한 한 영상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얼굴이 아래로 처지는 현상이 단순히 뺨이나 턱 주변 피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를 감싸고 있는 두피의 탄력 저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어서 보게 된 여러 두피 관련 자료들도 일관되게 두피 관리의 중요성을 짚고 있었습니다. 얼굴 피부의 시작점은 결국 두피이기에, 위에서 잡아주는 힘이 헐거워지면 아래쪽 얼굴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래전에 봤던 발레리나들의 거꾸로 된 빗질이 떠올랐습니다. 매일 아침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목덜미부터 정수리를 향해 갖고 있던 얼레빗으로 두피를 쓸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두피에 시원함을 느끼면서 약 1년 동안 꾸준히 이어가던 어느 날, 평소처럼 머리를 묶고 자동머리핀을 채우는데, 핀이 힘없이 툭 하고 튕겨 나갔습니다. 갑자기 머리카락 개수가 늘어났을 리는 없습니다. 다만 모발 한 가닥 한 가닥을 지탱하는 뿌리에 힘이 생기고, 모발 자체에 탄력이 붙으면서 부피감이 살아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거울 속 얼굴 처짐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두피를 깨우는 자극이 모발의 생기에는 유의미한 신호를 보냈을 거라는 확신은 생겼습니다.
여름날의 혹독한 대가와 가늘어지는 모발의 원인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유난히 무덥고 습했던 올해 여름,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는 것이 답답해서 머리를 높이 치켜 묶었습니다. 머리를 묶으면 머리카락이 덜 빠져야 하는데 머리를 묶기 전보다 갈수록 더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어느 순간 걱정됐습니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야 머리 숱이 예전과 다르고 머리 카락도 부쩍 가늘어져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머리를 짧게 잘랐습니다.
중년 이후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가속화되는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모낭 세포의 분열 속도가 느려지고 모근을 지지하는 콜라겐 층이 얇아진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년기 호르몬의 변화, 특히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모발의 성장기를 단축시키고 휴지기를 길어지게 만들어 머리카락을 쉽게 빠지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름 내내 고수했던 '머리를 높이 묶는 습관' 역시 치명적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을 강하게 잡아당겨 묶는 행위는 모근에 지속적인 물리적 긴장을 주어 견인성 탈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자외선에 두피가 장시간 노출되면 두피의 온도가 상승하고 유수분 균형이 깨지는데, 이 상태에서 모근을 꽉 쥐어짜듯 묶어두었으니 모발 입장에서는 숨을 쉴 틈이 없었을 것입니다.
두피와 얼굴, 그리고 몸의 균형이라는 삼각관계
우리의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막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해부학적으로 두피와 얼굴 피부는 미용 성형 분야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표층근막체계(SMAS층)'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소개된 논문에도, 두피의 노화는 얼굴 피부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며 두피의 탄력이 1mm 감소할 때 얼굴 피부는 그 몇 배로 처질 수 있다는 분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피를 관리하는 것이 얼굴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수많은 영상의 조언들이 결코 과장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연결성이 비단 머리 주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몸의 균형 역시 두피와 모발 건강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평소 목과 어깨가 굳어 있으면, 두피로 가는 혈류와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모근이 굶주리는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몸의 중심을 바르게 세우려는 노력은 단순히 체형을 위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전 글에서 치마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현상과 골반 비대칭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 몸의 중심을 잡는 코어 운동과 스트레칭은 두피로 가는 길목을 열어주는 기초 공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두피 습관
가늘어지는 모발을 바라보며 상실감에 빠지기보다는,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실천해봅시다.
우선 빗질의 방향을 바꾸어보는 것부터 권해드립니다. 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발레리나처럼 고개를 완전히 숙이고 목덜미에서 정수리 방향으로 쓸어 올리는 빗질은 두피의 혈액 순환을 돕고 고여 있던 노폐물의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끝이 둥근 나무 소재의 브러시를 사용하면 두피에 상처를 내지 않고 적절한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머리를 묶을 때는 되도록 느슨하게, 묶는 위치를 자주 바꾸어 두피가 받는 물리적 스트레스를 분산시켜야 합니다. 머리를 감을 때는 손톱이 아닌 손가락 지문 부위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세정하고, 감은 후에는 찬 바람이나 미지근한 바람으로 두피 속까지 바짝 말려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습한 두피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모근을 더욱 약하게 만듭니다.
모발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몸을 대했던 습관들이 쌓여 나타나는 정직한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시술이나 값비싼 제품에 의존하기 전에, 매일 아침 두피의 결을 정성스럽게 쓸어내리는 빗질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고개를 숙이기 힘들다면 손으로 하는 두피 마사지로도 충분합니다. 손끝 지문으로 두피를 정수리, 옆머리, 뒷머리 순으로 작게 원을 그리며 지그시 누르면 것만으로도 자극이 됩니다.
머리카락을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할까?
머리카락에 좋다는 음식은 많습니다. 검은콩부터 달걀, 생선, 견과류까지. 철분이나 단백질, 아연, 비오틴 같은 일부 영양소가 부족하면 눈에 띄는 탈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도 탈모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신경 쓰인다고 검은콩 하나를 열심히 먹거나 특정 음식만 집중하기보다는, 최근 식사를 지나치게 줄이지 않았는지, 체중이 갑자기 빠지지는 않았는지, 식사가 한두 가지 음식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균형 있는 식단을 챙기는 것이 보다 중요합니다.
머리가 빠진다고 영양제부터 먹어야 할까?
비오틴, 철분, 아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카락에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영양제도 많지만, 머리가 빠진다고 해서 이런 영양제를 무조건 추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에는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양을 섭취한다고 해서 모발이 더 잘 자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일부 영양소는 필요 이상으로 섭취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피부과학회도 탈모 때문에 영양제를 복용하기 전에 실제로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머리카락의 변화가 갑자기 심해졌거나 다음과 같은 변화가 계속된다면 한 번쯤 피부과 등 의료진에게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갑자기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 시작한 경우
- 가르마가 눈에 띄게 넓어지는 경우
- 특정 부위만 눈에 띄게 비어 보이는 경우
- 두피의 가려움이나 염증 같은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 모발이 가늘어지는 변화가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머리카락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도 있지만, 생활습관이나 식사처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원인을 확인해서 개선할 수 있는 봐야 변화도 있으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중년 이후 급격히 취약해지는 구강 건강, 특히 '내려앉는 잇몸(치은퇴축)'을 예방하고 일상에서 건강한 잇몸을 지키는 '올바른 칫솔질과 구강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느 날 아침, 칫솔질을 하다가 치아 사이로 작은 틈이 생긴 선홍빛 입몸을 발견하셨다면 다음 글도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