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데 왜 춥다고 하실까?" 노모의 수영장 여름 감기 잔혹사와 실전 방어 수칙
안녕하세요. 1부 글에서 어머니가 수영장을 다녀오신 뒤 무려 3주간 감기로 고생하셨던 이야기를 들려드렸지요. 오늘은 그 지독했던 감기의 진짜 원인과, 이를 통해 깨달은 '시니어 맞춤형 여름철 수영장 안전 수칙'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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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의 길목에서 반복되던 '수영장 감기 잔혹사']
사실 저희 어머니는 지난 몇 년간 여름이 시작될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질긴 감기를 앓으셨습니다. 최근의 원인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유일한 운동인 수영장의 물온도였는데요.
봄부터 날이 부쩍 더워진 지금에도 어머니는 수영장에 다녀오시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물이 너무 차다"입니다. 수영장 관리자에게 물 온도를 올려달라고 말씀하신다는데, 사실 관리자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날이 더워지는데 노인 한 명을 위해 물 온도를 마냥 높일 수는 없으니까요. 젊은 사람들은 물속에서 조금만 수영해도 땀이 나고 덥다고 난리일 테니 말입니다.
여기서 보호자인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시니어의 인체 구조적 비밀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감소합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시원하고 미지근한 물'이 고령의 어르신에게는 '뼛속까지 시린 얼음물'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 시각 차이(온도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부모님의 여름 수영장은 즐거운 운동이 아니라 감기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입맛 까다로운 노모를 위한 3주간의 병간호 루틴]
일단 한 번 감기를 앓으면 어머니는 몇 주씩 가곤 합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면역력이 떨어져 회복 속도가 더딘 탓입니다. 가장 속상한 것은 기력의 원천인 '입맛'이 뚝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평소 식사를 잘하시는데 아무거나 다 잘 드시는 타입은 아닙니다. 오히려 입맛은 까다롭지요. 평소 잘 드시던 노모가 식사를 잘하지 않으시니 자식의 마음은 걱정이 앞섭니다. 이때는 '어머니의 입맛을 찾아서’ 루틴이 발동합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간식과 과일을 차례대로 소환하고, 좋아하시는 삼계죽을 대량 주문하는 등 한 숟가락이라도 더 드시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3주간 매일 간식과 먹거리를 챙기다 보면 소스가 바닥날 때도 있지요.
이번 투병 중 가장 감사했던 것은, 목감기에서 콧물감기로, 다시 기침감기로 증상이 계속 변하는 와중에도 '열'은 한 번도 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부에서 말씀드렸듯, 고령의 어르신에게 고열이 시작된다는 것은 감기가 폐렴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넘어갔다는 위험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정상 체온을 유지해 준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고령의 부모님을 위한 '수영장 방어 수칙' 3가지]
이제 한여름입니다. 날이 더워질수록 수영장 물과 실내 에어컨 온도는 더 낮아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유일한 운동인 수영을 무작정 못 하게 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수영장 이용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추위를 잘 타는 시니어를 위한 실전 수칙입니다.
첫째, 수영 전후 '체온 가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어르신들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기화열로 인해 체온을 가장 많이 빼앗깁니다. 락커룸으로 이동하는 그 짧은 순간에 감기가 걸립니다. 물에서 나오자마자 몸을 덮을 수 있는 큰 타월 가운을 챙겨드리기로 했습니다.둘째, 귀가 길 헤어드라이어 100% 활용하기
두피가 젖은 채로 에어컨이 켜진 셔틀버스를 타거나 차량에 탑승하면 체온이 광속으로 떨어집니다. 귀찮아하시더라도 수영장 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완벽하게 말린 후 모자를 쓰고 나오시도록 신신당부했습니다.셋째, 집 도착 즉시 '속 체온' 복구하기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시면, 몸속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무조건 따뜻한 미온수 한 잔을 드시게 하거나, 몸을 데워줄 따뜻한 성질의 차(도라지차, 생강차)를 마시는 것을 새로운 귀가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하여
돌봄은 부모님의 낙을 빼앗는 '통제'가 아니라, 그 낙을 안전하게 누리실 수 있도록 환경을 '기획'해 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웁니다.
여름철, 부모님이 더운 날씨에도 자꾸 춥다고 하시거나 수영장·목욕탕을 다녀오신 뒤 기운이 없어 보이신다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부모님 세대인 시니어들이 시원한 여름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호자들의 따뜻한 시선과 정교한 관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모든 돌봄 가족분들의 건강한 여름을 응원합니다.
다음 3부에서는 구순의 저희 어머니가 드시고 계신, [시니어 영양제 복용 타이밍과 식사 케어]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귀찮다고 모든 영양제를 한 번에 털어서 복용 중인 노부모님이 계시다면 다음 글도 꼭 함께해 주세요.
